최근에 본 면접에서 굉장히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든 적이 있었다. 개발과 무관한 회사를 다니면서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다. 늘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불합격의 요인을 내 기술적인 부족함에만 포커싱을 두고 있었다.
건강은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만 앉아있으면서 어깨가 아픈 것이 싫어 운동도 하고, 취미도 갖고 책도 읽었다.
그럼에도 나는 건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랜 시간 학부생활을 하면서 20대 후반의 나이에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음을 입에 올리기 힘들었고, 한 때는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해왔을 만큼 심신이 지쳐있었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몇 년 간 이어진 불안정한 환경들에 꽤나 오랜 시간 홀로 지냈다. 이직하고 싶은 간절함에 이어오던 스터디도 코로나로 불가능하게 된 지 1년 반이 넘었다. 이직하지 못할까 싶어 늘 초조했고, 생활비가 떨어져도 생각이 닿는 대로 공부했다. 그런데 그 간절함이 오히려 내 시야를 좁히고 있었다.
면접에서 들었던 문장들을 며칠간 곱씹었다.
도윤 씨가 요즘 관심갖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커뮤니티 같은 것은 좀 하시나요?
요즘 유행하는 기술은 어떻게 캐치하시나요?
치즈 씨가 자바를 공부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주로 어떤 수단을 가지고 공부하나요?
(답변생략) 커뮤니티에서 어떤 기술이 유행하는지 보고, 다른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사실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요즘 디코로도 스터디 하고, SNS로도 공부하는 시대인데. 저희 회사에도 다른 분야로 이직하고 싶어서 퇴근하면 집에서 공부하는 친구 있어요. 개발자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잖아요. 개발자 하셔야죠.
내가 가장 답변을 못했다고 생각하는 질문들이다. 사실 커뮤니티 질문은 면접이 끝나고도 본질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고 나서야 무릎을 쳤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내가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의 맥락이 전부 비슷하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만 분투한 것.
사실 기술 트렌드가 무엇인지, 왜 유행하는지는 혼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책으로만 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깨닫고 나서 나는 나의 20대 초반의 모습을 떠올렸다. 관심있는 학과가 있으면 직접 가서 수업도 들어보고, 흥미가 생기면 다른 과 교수님일지라도 메일을 보내 직접 상담을 받으러 간 적도 몇 번 있다. 그 때마다 교수님들은 30분, 1시간 씩 기꺼이 상담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고 CS 전공을 선택했다.
남탓을 조금 하자면 편입생 생활을 하며 재학생들의 텃세도 당하고, 연계과목인데 ‘왜 학생만 선수과목을 듣지 않았나?’ 라는 질문을 수업 시간에 받아봤다.
이런 저런 말을 길게 했지만, 결국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둘러보고, 나는 잘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분명 나도 멋진 개발자가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