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사했을 무렵에 팀과 조직은 대공황을 맞고 있었다. 줄어드는 학령인구, 갑작스레 생긴 결원과 팀장의 부재. 나의 사수는 주말도 마다않고 밤낮없이 업무를 해야 했다. 그런 나는 힘든 줄도 모르고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었고, 사원 2년차로 입사한 나는 나름의 경력자로 입사한 케이스였기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직급, 근속 기간에 따른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났다. 사원, 대리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려는 경영진의 노력 덕분에 끝없는 문서 작업이 이루어졌다.
매일 새로 생겨나는 구글 스프레드시트. 매달 사원부터 부장까지 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형식적인 문서 꾸미기를 지시하는 리더들. 그리고 그들이 형식적인 문서만을 지시할 수 밖에 없는 업무 상황.
이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처음에는 ‘왜? 다른 업무도 바빠 죽겠는데, 내일이면 아무도 봐주지 않을 문서를 작성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수없이 품었고, 내가 붙인 물음표에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많이 꺾여 슬퍼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했기에 나는 이 회사에 머물면서 개인으로서, 팀원으로서 많은 일을 겪고 이겨내며 경험을 쌓아 성장해내고 있었다.
지금은 이해한다. 리더가 섣불리 결정하거나 책임지기 어려운 일이 아주 많았음을. 그렇기에 회사의 비전과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음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를 냈을 때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주시고,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함께 고민하면서 열정을 밀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학령인구의 감소세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높이 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